지는 해가 좋다. 잠시 동안이지만 그 밝음을 거두어, 작은 것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게 마음에 든다. 해는 커다란 돌멩이에 불과했던 달에게 새하얀 옷을 빌려주고, 멀리서부터 달려온 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채 남겨둔다. 그렇게, 배려로 세상은 어두워진다. 이젠 작은 것들의 시간이다. 서로 더 밝게 빛나기 위해 그들은 경쟁하며 타오른다. 타닥타닥하고 빛나는 소리가 위에서 들려오는 듯하다. 저마다의 색을 지닌 빛이 마침내 지상에 도래하고 나면 따닥따닥, 점묘화는 완성된다. 우리는 운 좋게도 우연히 감상할 뿐이다. 작은 것들이 고대해 온 꿈의 무대를. 그들의 넘치는 자신감을. 다른 곳에서 시작된 빛들은 우리네 세상에서 서로를 닮아간다. 이카루스의 모험담이 말해주듯, 태양은 인간사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