킁. 감기가 낫질 않네. 어제 맞은 소낙 때문인가, 아니면 그끄저께 탄 자전거 때문인가. 암튼, 자꾸 가래가 꼬이니 신경 쓰인단 말이지. 기침도 멎질 않고... 감기가 이래서 여간 불편한 게 아녀. 오늘 수업 중에도 기침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.
옷부터 벗자. 어휴 날이 왜 이리 습해. 이런 날은 정말 진이 빠진다니까. 여름이 너무 싫다. 뭐 그러려니 해야지. 땀 냄새 나니 옷 자주 갈아입고, 옷 자주 빨고. 혼자 사니 할 일이 많네. 아, 아침에 세탁기 돌렸어야 하는데 까먹었다. 내일 돌려야지 뭐.
씻고 나니 좀 살 것 같다. 스킨이 어디 있더라. 이것도 다 써가는구나. 미루지 말고 지금 시켜야지. 이 시간에 카톡? 광고구나. 이젠 기대도 지겹다. 이런 건 하나하나 차단해야 하는데 귀찮단 말이지. 어우 피곤하다. 자도 자도 왜 이리 피곤한지 몰라.
좀 누울까. 아니야, 누우면 오늘 하루는 이걸로 끝나는 게 돼. 어차피 안 잘 거면 눕지 말자. 그러면 뭘 하지? 일단 앉아 생각해 볼까. 이 의자는 참 편하단 말야. 빙글빙글 돌아가기도 하고. 집이 좀만 넓었으면 타고 다녔을 텐데 그게 좀 아쉽네.
아냐 아냐. 이럴 때가 아니지. 스터디 숙제나 할까? 숙제가 좀 많긴 하지. 어차피 숙제 양은 우리끼리 정하는 건데, 매주 이렇게 고생하는 걸 보면 좀 줄여야 하나 싶기도 해. 잠깐, 근데 펼쳐보니 이 정도면 오늘 안 해도 충분하겠는데? 오늘 밤까지 재미없는 글을 읽고 싶지는 않아. 패스패스.
영화나 볼까. 새로 나온 영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. 가만있어 봐, 다운로드하려면... 아 번거롭다. 내 컴퓨터가 아니니까 이것저것 손 볼게 많구나. 노트북을 괜히 대전에 놓고 왔어. 노트북으로는 영화 다운로드하는 거야 슝슝하고 끝인데 말이지. 물론 떳떳한 방법은 아니니 말하고 다니긴 좀 그렇지. 범죄도시 4 보고 싶다. 1이랑 2도 정말 재밌게 봤는데. 그즈음에 본 영화들이 다 재밌었지. 극한직업도 그렇고, 나이브스 아웃도 재밌었어.
그럼 게임인가? 아냐 아냐. 게임을 하면서 오늘을 마무리하기엔, 남은 시간이 너무 값져. 이렇게 순전히 공허한 시간이 최근에 있었나. 내일 일정도 없으니 늦게 잘 게 뻔한데, 게임으로 채우기엔 좀 아깝지. 더군다나 나는 한 번 시작하면 놓질 못 하니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게 나아. 요즘은 재미있는 게임도 딱히 없고 말이야.
그럼 가만히 눈을 감고, 머릿속 바다 아래 감춰진 생각들을 조금씩 떠올려 보자. 수면 위로 떠오른 그것들을 뜰채로 힘껏 퍼내, 내 작은 통통배에 실어내고 나면, 다시금 그것을 연료 삼아 항해하고 또 항해하는 거지. 깊은 바닷속 끝도 없이 침체된 그것들을, 다 퍼내겠다는 허황된 일념하에, 나는 떠나고 또 떠나는 거야. 이루어질 수 없는 꿈만큼,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도구는 없으니.
얼마나 지났지? 눈이 시큰거리네. 목도 좀 막히는 것 같고. 감기가 심해진건가. 그 사이에? 말도 안 되지. 산책이나 가자. 바람 좀 쐬야겠어. 달은 언제 즈음 다시 보이려나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