노씨 2024. 12. 28. 01:50

 요즘엔 시간이 날 때마다 오목을 둔다. 핸드폰으로 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지만, 오목은 게임이라고 부르기에 조금 정적이지 않나 하는 어린 생각에, 더 마음 편하게 Play 버튼을 누르는 것 같다.
 
 등급은 6급으로 결코 높지 않다. 승률이 50%에 다다르면 당신도 자연스레 6급 한 켠에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. 신기한 건 이 앱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인지 기억나는 이름들을 다시 마주할 때가 있다는 거다. 이는 평소에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. 하지만 나는 승기가 내 쪽으로 기울게 되면 할 수 있는 감정표현을 아끼지 않기에, 방금 골려준 사람을 곧바로 다시 만나는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곤 한다. 그러면 나는 하던 일도 멈추고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서 승부에 임한다. 지면 겪게 될 결과를 뻔히 알기 때문에.
 
 물론 불리한 전황을 단박에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은 없다. 나에게 있어 승리를 향한 전략은 그저 3이나 띈 3을 만들기를 반복하다, 운 좋게 얻어걸린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는 게 전부다. 그 하나의 수마저도 가끔은 보이지 않아, 다 이긴 게임을 말아먹은 적도 많긴 하지만 말이다. 더욱이 흑돌은 선으로 시작하는 이점으로 인해 쌍3이나 쌍4를 둘 수 없는데, 나는 이 룰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. 기껏 쌍3을 생각해서 둔 곳에 빨갛게 금지표시가 뜨게 되면 허탈이 무시무시하다. 흑돌이 어디가 그렇게 유리하길래 내가 쌍3을 두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까. 흑돌 승률이 더 낮은 나에게 이 룰의 존재 이유는 쉬이 와닿지 않는다. 
 
 오목이 참 잔인한 게, 상대방이 승기를 잡으면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거다. 그저 상대방이 두는 수에 따라 막고, 막고, 또 막다 보면 어느새 내가 막지 못한 어딘가 상대방의 깨끗한 4가 만들어져 있다. 그러면 나는 의미 없는 수를 둘 지, 치욕을 무릅쓰고 기권을 할지 선택해야 한다. 그런 경기는 기보를 다시 돌려봐도, 숨 쉴 틈 없이 막기 급급했을 뿐인데 지게 됐다는 사실에 성이 찬다. 적어도 뭔가 할 기회는 내게 주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? 
 
 그럼에도 끝끝내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건 오목의 놀라운 점이다. 상대방의 모든 수가 큰 그림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건 내 탓이기 때문이다. 하나의 수가 다른 수의 포석이 되고, 다시 그것이 반복되어 승리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내가 아직 즐기지 못하는 오목의 묘미인 듯하다. 
 
 방금 묘미를 알아내기 위해 돌린 한 판으로 금세 7급이 되었다.